히스토리 2011년 11월

새로운 채팅 언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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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출시 당시 대표 카카오톡 이모티콘들이 표현된 액자
되짚어보는 카카오 이모티콘의 첫 발자국

 

‘기본 이모티콘 말고 뭐 없을까?’

 

카카오톡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된 뒤 이용자 수가 급증하던 2010년 가을이었다. UI(User Interface) 디자이너 앨리스(Alice)가 평소 친분이 있던 웹툰 작가들을 떠올렸다. 당시 웹툰계는 스타 작가들이 여럿 탄생하며 대중문화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앨리스가 회의 석상에서 화두를 던졌다.

"웹툰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제공해보면 어떨까요?”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평생 무료’를 선언한 카카오톡이 경쟁 메신저보다 더 나은 이용자 가치를 제공하는데 골몰하던 시기였다. 섭외 연락에 작가들도 관심을 보였다.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 ‘새 판’이라는데 공감해서였다. 카카오톡 이용자 수 2백만 명을 갓 넘어서던 시기의 이야기다. 시작을 함께할 작가들은 4명으로 추려졌다. 강풀과 이말년, 노란구미와 낢 이었다.

 

#소박했던 첫걸음

카카오 이모티콘은 수익화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대화 경험 업그레이드’가 궁극적인 목표점이었다. 유명 작가들의 팬덤과 작품이 카카오톡 안에서 좋은 경험을 주고, 자연스러운 확산 효과를 누릴 거라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웹툰 작가들을 섭외하고 보니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혔다. 이후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계속 무료로 제공한다면 원고료가 부담될 것이 뻔했고, 유료화하면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모바일 채팅의 즐거움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무언가를 구입하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긴 논의 끝에 의견이 정리됐다. ▲시장성은 있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서 출시 하자는 결론이었다.  방향이 결정된 뒤 웹툰 이모티콘 이후에 대한 구상이 뒤따랐다. 유료 이모티콘 라인업으로의 확장 방안, 지금과 같은 오픈마켓 형태의 이모티콘 스토어에 대한 아이디어도 이때 나왔다.

 

이모티콘 다양화와 오픈 플랫폼으로의 확장 방향성을 고민했던 Agit흔적. 김범수 의장이 "지금 있는 이모티콘과 같은 형태의 추가 세트를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은 어떨지? 좀 더 다양한 이모티콘 요구가 많은데, 웹툰 이모티콘은 좀 별개인 듯"이라고 적었다. 현재 운영 방식인 오픈 마켓 형태의 아이디어를 메모한 것. 당시 실무자인 팀이 향후 방향성을 댓글로 설명했다.
이모티콘 다양화와 오픈 플랫폼으로의 확장 방향성을 고민했던 Agit흔적

 

 

작가들의 초안 스케치도 속속 도착했다.

강풀 작가가 보내온 웹툰 이모티콘 초도 스케치를 놓고 의견과 사용 예시등을 메모하며 진행한 회의 내역 화면. 2011년 2월의 기록.
강풀 작가가 보내온 웹툰 이모티콘 초도 스케치를 놓고 진행한 회의 내역. 2011년 2월.

 

 

#관건은 차별화, 그리고 ‘가보지 않은 길’

PC통신 시대부터 쓰이며 디지털 언어의 일부가 된 이모티콘. 하지만 텍스트 크기의 전형성을 벗어나 사이즈를 훌쩍 키운 이모티콘은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었다. 작가 섭외와 수익 배분 등 처음 겪는 문제를 처리하느라 시간이 소요되던 중 경쟁 메신저들이 먼저 내달리기도 했다. 내부에서 디자인 한 스틸컷 이미지들을 이모티콘으로 제공한 것.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웹툰 이모티콘의 의미 전달을 더 원활하게 하려고 ‘움짤(gif 파일)’ 형태로 준비 중이었거든요. 카카오톡팀 모두는 채팅창이 열리는 순간을 상대방을 바라보는 창이 열리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채팅창은 숨결을 느끼며 소통하는 공간이니, 세계 최초로 움직이는 형태의 커다란 이모티콘을 준비하는 우리가 더 좋은 반응을 얻겠다고 확신했죠.” 

 

당시 안드로이드용 카카오톡을 개발하던 브랜든(Brandon)의 회상이다.

 

출시를 앞두고 웹툰 이모티콘 구매 및 다운로드 UI 전환을 정리했던 자료. 2011년 9월.
출시를 앞두고 웹툰 이모티콘의 UI 전환을 정리했던 자료. 2011년 9월.

 

 

출시를 목전에 둔 시점까지 쉬운 일은 없었다. 웹툰 이모티콘 공개를 열흘 앞둔 2011년 11월 19일, 캘리포니아로부터 소식이 날아들었다. 웹툰 이모티콘을 탑재한 카카오톡 2.8.4 버전이 앱스토어 리뷰에서 거절당한 것. 인 앱 구매(In App Purchase) 대상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보통 게임 아이템이나 생산성 도구의 기능 추가를 위해 사용하던 인 앱 구매를 이모티콘에 적용한 사례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다급한 부연 설명이 필요했다.  

 

앱스토어에 재검토 요청을 위한 상세 자료를 보내 등록 승인을 받고, 사용 기한은 무제한으로 정한 뒤 마침내 웹툰 이모티콘이 세상에 나왔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13개월 동안 카카오톡 가입자 수는 3천만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세 마리 토끼를 잡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출시 당시 카카오톡은 하루 8억 건씩 오가고 있었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채팅 환경은 금세 이용자들의 눈도장을 받고 입소문을 탔다. 이모티콘용 결제 시스템 제휴를 발표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만들어낼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모티콘은 앞서 등장한 ‘선물하기’와 함께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 소비재 기업이 ‘이런 거 만들어 주세요’라며 제안했던 ‘비즈 이모티콘’은 검증을 거쳐 정식 사업모델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치 있는 점은 상생 생태계가 열렸다는 점이다. 카카오 이모티콘은 작가들에겐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이용자들에게는 취향과 마음을 대변하는 대리인이, 산업계에는 다양한 캐릭터 IP(Intellectual Property)를 발굴할 수 있는 원천이 됐다.  

 

2017년 이모티콘 스튜디오가 열리면서 한동안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카카오 이모티콘은 모두의 경연장으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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